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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는 족족 해외로 가는 달러… 환율 안정 열쇠는 ‘달러가 머무는’ 첨단산업 생태계[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작성자
ssss
등록일
2025-12-27
조회수
11

연일 화두인 원·달러 환율과 관련한 의문은 단순하다. “달러가 약한데 원화는 왜 더 약한가.” 실제로 유로화와 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인 달러인덱스는 올구리출장샵해 초 고점 대비 10% 가까이 하락했고, 지난달 20일 기준점인 100을 잠시 넘어선 뒤 줄곧 하락세다. 그런데도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 내내 상승 흐름을 보이더니 최근엔 1,480원을 훌쩍 넘어섰고,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500원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부쩍 커졌다.

지난 24일 개장 초 1,484.9원까지 오르던 환율은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후 급락했지만, 추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최근의 원화 약세는 전통적인 환율 결정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된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역대 최대인 1,150억 달러수원출장샵(약 166조7,040억 원)에 달할 전망이고,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수출 증가율은 견조하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달러 공급을 늘려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해야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다. 이는 환율 문제에 실물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엮여 있음을 보여준다.
 

달러가 ‘머물지 않는’ 경제로의 전환



시장에선 최근의 ‘고환율 뉴노멀’ 추세와 관련해 “달러를 벌어들이지만 한국에 머물지 않는다”고 말한다. 수출을 통해 유입된 달러가 국내 투자나 소비로 환류되지 않고,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의미다. 이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단기 수급 문제가 아니라 자본 흐름의 근본적인 변화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경제의 3주체(가계·기업·정부)가 모두 달러의 순 수요자로 전환된 것이다.

규모와 영향력 측면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기업 분야다. 주요 수출 대기업들은 미중 전략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현지 투자를 대폭 확대해왔다. 이들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잔액은 9,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매년 순증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방산 등 전략산업에서의 해외 직접투자는 수출 대금으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환류되기보다 현지에서 재투자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자이던 기업들이 수요자로 바뀐 것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가계 부문의 변화는 다소 극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붙기 시작한 ‘서학개미’ 열풍으로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채권 보관 잔액은 누적 기준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장기 자산 배분 전략의 측면이 강한 만큼 이 역시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적으로는 원화 수요 요소일 수 있지만, 상시적인 달러 수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에너지 수입, 외교·안보 관련 지출, 해외 인프라 투자, 글로벌 금융 안전망 강화 등을 포함해 상당한 규모의 정책적 달러 수요를 안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에 따른 관세협상 결과 매년 최대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부담이 추가됐다. 정부 역시 외환시장에서 구조적 달러 수요자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경상수지 흑자라는 전통적인 환율 안정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두고 “한국의 환율은 자본의 흐름이 결정한다”고 평가했다. 수출을 통해 얼마나 많은 달러를 벌었느냐보다 그 달러가 한국에서 얼마나 머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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